민정은 늘 세상 사는 데에 쉬운 일은 없다고 여기고 살았다. 키가 1미터도 안 되게 작던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동네 문방구에서 온 심혈을 기울인 뽑기를 실패하고부터인가. 꼬박 일주일 걸려 완성한 미술 과제가 비에 맞아 모두 망가졌을 때부터인가. 부모님 생일 선물을 산다고 매일매일 모아놓은 돈을 오빠 친구에게 몽땅 도둑맞았을 때부터인가. 하여튼 민정은 삶이...
좀비 바이러스가 이 땅에 출몰한 지 대략 25시간. 주차장 입구 벽에 걸린 시곗바늘은 오전 여섯 시를 막 넘겼다. 강남의 한 대형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된 관계자용 이동 통로에는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닿지 않는 15층 옥상까지 곧장 갈 수 있다. 과거 이곳에서 동료와 애견용품 팝업 스토어를 연 적이...
헤어질 수 없어 keycab 지금 시각 새벽 네 시. 지민은 한 시간 전 동물병원을 떠나면서 민정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강남역 근처의 한 빌딩 위치까지 정확하게 찍은 후 말을 덧붙였다. 그곳으로 갈 테니 거기서 만나자고.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처음엔 폰 빌려 메시지만 보내고 혼자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얼떨결에 동행이 생겼다. 건물이 통째로 좀비...
민정의 자취방 앞, 날씨가 조금 쌀쌀하다. 겨울은 겨울이다. “기어코 그걸 가겠다고.” “아니, 그럼 어떡해. 이미 약속해놓은걸.” 캐리어를 들고 선 민정과 트레이닝복 차림의 지민이 냉랭하게 마주 보고 섰다. “너 그거 다녀와서 잘도 우리 여행 가겠다. 피곤에 쩔어가지고.” “가서 아무것도 안 할 거야. 그냥 캠핑장에 텐트 치고 음악 틀어놓고 바베큐 ...
멘투비 얘기를 해볼까요. 멘투비가 결과적으로 행복해지는 이야기라고 해도, 그렇게 말하고 믿기로 했음에도 왜 마음 한쪽에선 슬픔이 가시지 않는지.. 만약 글의 처음부터 그 이야기를 다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이미 벌어진 사건이 있으니 슬픔은 변하지 않겠지만, 지금 같은 느낌이지는 않았겠죠? 우리는 ‘모르고 지나간 이야기’를 유독 안타까워하는 것 같아요. 내가 ...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였다. 눈앞에 펼쳐진 삼등석의 침대 크기가 그랬다. 3등 좌석의 의미가 3등신 되는 사람들이나 이용하기 적당하다는 뜻이었을까? 수면 공간은 아늑하다기에 비좁고, 공용 탁자라고 있는 것도 침대와 바투 붙어 겨우 틈새에 끼인 듯 보였다. 침대 네 개와 탁자 하나로 이루어진 오른편의 객실은 1평이 조금 넘는 듯하다. 탁자를 중앙...
앨범이 나왔다. 한경의 밴드가 작년 여름 내내 작업하던, 내가 객원 보컬로 김민정의 곡을 녹음했던 그 앨범이다. 그게 총 13곡의 정규 앨범으로 올해 초 발매되었다. 큰 기대 없이 계획하고 발매한 앨범이 생각보다 잘 되었다. 한경과 친한 유명 래퍼가 인스타에서 밴드의 신곡을 추천한 것이 조금씩 입소문 나기 시작하더니, 라디오에서 어느 인기 가수가 타이틀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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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keycab 1. 손가락이 아팠다. 마디마다 핀을 찌르는 듯 따끔하고 욱신거렸다. 잠도 안 자고 무식하게 친 탓이야. 아린 고통에 눈가가 찌푸려질 때마다 머릿속에서 질타가 울렸다. 여자는 다시 한번 가방을 들었다. 좀 전보다 한결 느슨히 쥐어진 가방의 스트랩, 그 단단한 가죽을 따라 내려가면 그곳에는 악보 같은 것의 귀퉁이가 삐져나왔다. 그 귀퉁이 ...
DOUBLE TROUBLE: Break & Escape keycab Vatican City.(바티칸 시국)성 베드로 대성전 입구. 자정이 가까운 시각. 바티칸 시국의 대성당 광장 앞으로 검은 세단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은 누구든 절대 출입할 수 없는 시간. 특히 무차별 대학살을 일삼는 조직의 일원은 절대 출입할 수 없지만, 조직은 이...
DOUBLE TROUBLE : Break & Escape keycab France, Paris.(프랑스, 파리)라데팡스 상업지구, 고층 빌딩 안. 이른 저녁 시간, 여자는 초조한 얼굴로 빌딩의 로비를 서성였다. “……” 낮만 해도 빌딩 기업의 직원들로 가득하던 로비가 한산하다. 이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반은 퇴근하고 없다. 삼십 분 전부터 초조한...
DOUBLE TROUBLE : Break & Escape keycab 벌써 여자가 저택으로 출근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 이런 일로 돈을 번다면 평생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불로소득으로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자는 클라라의 경호원으로 이 저택에 왔지만, 클라라는 열흘 동안 단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당연히 여자도 그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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